제목 : 비효율의 경제성에 주목하라.
문화인류학과 : 장윤재
과의 특성상, 학기마다 새로운 지역을 직접 방문해 지역의 정보들을 조사하는 ‘답사’ 활동에 매 학기 참여 해왔다. 수많은 답사 활동 중, 2012년 강화도에서의 기억은 아직도 나의 가슴 한 켠을 따스하게 만드는 기억으로 남아있다. 우리 조가 선정했던 주제는 관광 명소로 유명한 강화도의 ‘보문사’가 지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조사하는 것이었다. 3박 4일 동안 연고도 없는 생소한 지역의 이 곳 저 곳을 돌아다니며 수많은 인터뷰를 진행해야 하는 답사활동에서, 가장 우선해야 할 것은 조별로 숙박을 해결할 방도를 찾는 일이었다.
학문적 성과를 위해 답사 활동을 하러 왔다고 해도 어딘가에서 새로운 생활을 꾸려나가야 한다는 점에서, 답사는 식비나 숙박비의 지불과 같은 금전적 손실 토대로 한 경제적 논리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활동이었다. 숙박비를 최대한 절약함과 동시에, 마을 사람들과의 밀착된 소통으로 답사와 관련한 더 많은 정보를 얻어내기 위해 조사지역의 마을 회관을 숙소로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숙박비를 문의하기 위해 이장님 댁을 방문한 우리 조는 이장님으로부터 놀라운 제안을 받았다. 3박 4일간 마을 회관을 숙소로 자유롭게 이용하는 대신 마을회관을 찾는 동네 할머니들의 말동무를 해드리라는 것이 그것이었다.
10명의 인원이 마을회관을 이용하는 동안, 난방비나 수도세 등 각종 공과금들로 인해 마을 분들의 경제적 손실이 존재할 것임은 자명한 일이었다. 그 분들이 감당할 경제적 손실을 단순히 말동무를 해드리는 것으로 보답하는 것이 가능할까라는 생각에, ‘무상’으로 숙박시설을 제공해준 이장님과 마을 분들의 호의에 일종의 부담감까지도 느껴졌다. 그런 부담감을 지우기 위해서라도 3박 4일 동안 우리는 마을회관에 계신 할머니들과 정성을 다해 말동무를 해드렸고 할머니들은 오랜만에 만나는 젊은이들을 마치 손주 대하듯 귀여워 해주셨다. 힘겨운 답사 기간 동안 늘 숙소에서 우릴 기다리고 계시던 할머니들은 언제나 지친 우리를 포근히 맞이해주곤 하셨고, 밤마다 마을회관은 온갖 웃음과 이야기들로 가득차곤 했다. 우리 모습이 대견하셨는지 다른 마을 분들은 각종 음식들을 한보따리씩 부엌에 내려주고 가시곤 했다. 3박 4일간 마을 사람들과 나눴던 따뜻한 교감의 기억은 그 때의 답사로 완성 되었던 ‘지역지’에 고스란히 담겼다. 마을 사람들과 할머니들이 감수하신 ‘경제적 비효율’의 따뜻함에 의지하여 우리가 완성 시킨 지역지의 이름은 아이러니 하게도 강화도 보문사의 ‘경제적’ 파급력이었다.
마을 사람들이 자발적인 ‘경제적 손실’을 토대로 행동 했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경제 논리에서 이야기 하는 효율적 경제주체의 행위 형태와 완전히 반대된다. 하지만 이러한 ‘자발적 손실’은 단순히 경제원리로만 해석되기는 어렵다. 대학생들에게 숙박 시설과 음식을 제공하지 않았을 때 절약할 수 있었던 비용에서 오는 효용보다 ‘무상’ 제공으로 인한 금전적 손실을 통해 마을 분들이 정신적 효용을 얻었다는 아이러니는 때론 경제주체로서의 인간이 ‘비경제적’인 존재가 됨으로서 가장 ‘경제적’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강화에서의 답사는, 마을 사람들만이 일방적으로 금전적인 손실을 부담했음에도 결국 마을 사람들과 우리 조 모두가 감정적인 효용을 얻음으로서 ‘비경제’가 양쪽 모두에게 ‘경제성’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었던 신선한 경험으로 내 가슴 속에 남아있다.
그렇다면 이 답사의 경험이 박근혜 대통령이 내세운 ‘창조 경제’ 에 시사하는 바는 무엇인가. 창조 경제는 새로운 ‘창의성’을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 모델과 경제 성장 동력을 만들어내는 경제의 형태로 정의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우선 창조의 뒤편에서 우리를 말없이 기다리고 있는 경제 주체들 사이의 ‘따뜻함’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따뜻함’의 경제학은 현재 ‘크라우드 펀딩’과 같이 ‘무상’이 가장 극대화 된 형태인 기부의 수익 모델로 설명 될 수 있다. 크라우드 펀딩은 대중들의 자발적인 기부로 자본이 충분치 않은 문화, 예술 분야의 창작 기금을 마련하기 위한 기부 모델이다.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기금을 기부한 사람들은, 엔딩 크레딧에 ‘투자자’로 기록된 자신의 이름을 보며 뿌듯함을 느꼈으며, 예술 분야의 창작자들은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한 작업 환경에서 효용을 얻을 수 있었다. 예술 분야에 도움을 주고자 했던 많은 이들의 감정적 공감을 토대로 한, 자발적인 경제적 손실이 경제적 부족함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문화⦁예술 분야를 따뜻한 풍족함으로 채울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양쪽이 각각 느꼈던 감정적 효용은 ‘26년’과 같은 크라우드 펀딩 영화를 탄생시키는 밑거름이 되었다. 따뜻한 공감들을 바탕으로 한 경제적 비효율성, 그리고 감정적 경제성이 앞으로 사회에서 또 다른 지역지, 또 다른 ‘26년’을 탄생시킴으로서 새로운 따뜻함을 ‘창조’해낼 수 있는 경제를 만들어 내길 희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