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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 아담스미스 에세이대회 최우수작(제민)
2014-11-04 14:58:57 조회수1547

경제학부 제민

나의 잉여를 지키는 방법

지난 토요일, 남자친구와 데이트를 했다. 우리는 한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었다. 이 레스토랑은 학생의 가벼운 지갑사정으로 보아 평소에 즐겨 갈 수 있는 곳은 아니었다. 그러나 특별히 이 레스토랑에 온 것은 바로 커플세트메뉴를 무려 53%나 할인된 가격에 먹을 수 있는 할인 이용권이 들어있었기 때문. 점심을 먹은 뒤, 스타벅스(starbucks)로 향했다. 다양한 프랜차이즈 카페가 있지만 이 카페를 선택한 것은 특정 은행의 체크카드로 계산하면 가격의 25%를 환급 할인해 주기 때문이다. 그 다음 코스는 영화. 최근 영화 표 가격이 올라 영화 한 번 보는 것도 고민하게 된 요즘이지만, 지갑 안에는 영화 표 2장과 팝콘을 약 40%나 할인된 가격에 살 수 있는 이용권이 있었다. 이 날 지출된 데이트 비용은 3만원 미만(남자친구의 몫까지 합해도 6만원이 채 안 된다). 점심 식사와 영화 표, 커피까지 모두 제 값을 줬더라면 10만원이 훌쩍 넘는 돈이었지만 나는 반값에 이 모든 것을 해결했다. 
나의 데이트는 남들과 다를 것 없이 비슷한 곳에서 식사를 하고, 영화를 보고, 누구나 한 번쯤 가본 유원지에 간다. 나의 데이트가 특별한 것은 남들보다 ‘저렴하게’ 즐기기 때문이다. 우연히 지갑 안에 할인 쿠폰이 들어있어서가 아니다. 그것은 내가 ‘일찍 일어난 새’기 때문이다. ‘일찍 일어난 새가 벌레를 잡는다.’라는 속담이 있다. 부지런히 움직이는 자가 이득이나 기회를 얻는다는 것. 이 속담은 경제학에서도 통한다. ‘일찍 일어난 새’라고 비유된 ‘부지런히 검색한 자’가 이득을 얻는다.
세트메뉴를 53%나 할인을 해주는 혜택은 그 레스토랑을 찾아온 모든 손님이 누릴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오로지 ‘할인 정보를 알고 있는’ 손님만이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일종의 ‘가격차별’인 것이다. 산업 조직론에서 이를 ‘Discrimination on the basis of knowledge(정보에 의한 차별)’라는 이론으로 정리한다. 이 이론은 한 기업에서 제시한 가격이 최저 가격이 아닐 경우, 일부 혹은 전액을 보상해 주겠다는 것인데, 실제로 더 낮은 가격에 판매하는 기업을 찾아 이의를 제기하는 고객은 거의 없다. 이 이론은 정보력을 갖춘 소비자에게‘만’ 할인혜택을 제공하겠다는 것으로 확장해 이해할 수 있다.
나는 가격정보를 갖추지 위해 소셜커머스 사이트를 자주 이용한다. 이곳에는 온갖 종류의 상품과 서비스를 할인 받을 수 있는 정보들이 집중돼 있고, 어떤 사이트는 동일 제품에 대해 업체별 가격을 비교해 주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사이트를 보면 적게는 20%에서 높게는 90%까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할인된 상품들이 있다. 그만큼 할인을 해도 남는 이익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바꿔 말해 의심 없이 봤던 메뉴판에 쓰여 있는 가격에 어느 정도 ‘거품’이 포함돼 있다는 의미다. 
이런 할인 정보를 접하고 나면 그 동안 제 가격을 주고 누렸던 모든 것들이 아깝게 느껴지면서, 스스로 합리적인 소비자가 아니었음을 깨닫게 된다. 본인의 부족한 정보력으로 같은 상품과 서비스를 더 비싼 가격에 누려왔기 때문이다. 의심 없이 메뉴판 가격을 믿은 탓에 기업을 거만한 ‘가격 설정자(price setter)’로 만들었다. 내가 마땅히 누려야 할 잉여를 나의 무지함으로 잃었다. 자승자박이다. 
기업이 가격 설정자가 됐을 때, 소비자의 잉여는 축소되고, 자중손실(deadweight loss)이 발생하게 되며, 결과적으로 사회후생도 감소한다. 사회후생까지 고려하지 않더라도 소비자는 소비자가 마땅히 누려야 할 잉여를 지키기 위해 기업을 ‘price taker(가격 수용자)’로 만들어야 한다. 기업과 소비자의 가격설정의 힘이 동등해져 가격 수용자가 됐을 때 소비자 잉여와 사회후생이 최대가 되기 때문이다. 
그 방법이 바로 소셜커머스 등을 이용한 ‘정보력 갖추기’다. 실제로 한 대형 프랜차이즈 미용실은 소셜커머스 사이트를 통해 구입한 할인 이용권을 제시하는 고객이 많아지자 소셜커머스 마케팅을 중단하고 전체 미용 서비스의 가격을 낮췄다. 한 소셜커머스 사이트에 KDB대우증권 주식계좌 개설 이벤트가 상품으로 등장하면서 ‘무료 수수료 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한다. 대우증권은 고객이 원하면 직원이 직접 방문해 계좌를 개설해줄 뿐 아니라 거래수수료를 2017년 12월말까지 전액 면제해 준다. 이런 파격적인 상품 정보를 획득한 고객들이 대우증권으로 몰리자타 증권사들은 고객유출을 막기 위해 연이어 수수료 할인 행사를 펼쳤다. 유진투자증권은 올해 10월말까지 제휴은행 신규고객을 대상으로 최대 2년 동안 수수료를 면제하는가 하면 신한금융투자는 국내 선물옵션 계좌를 신규 개설한 고객에게 3개월간 온라인 수수료 할인, 1년간 모바일트레이딩 수수료 무료 혜택을 준다. 
이것이 바로 소비자 정보력의 효과다. 가격설정에 있어 기업과 끊임없이 ‘밀고 당기기’를 하면서 가격(비용)을 낮추고 소비자 잉여를 지켜내는 것이다. 어쩌면 더 낮은 가격에 소비했다는 만족감에 효용이 배가 될 수도 있다. 
눈앞에서 빼앗기는 나의 잉여를 지키고 싶다면, 당장 소설켜머스 사이트를 켜고 먹이를 찾아 헤매는 한 마리 ‘매’가 되라. ‘매’로 변신해 있는 시간은 단 30분이면 충분하다. 정보력을 갖췄을 때라야 나(소비자)의 잉여를 지킬 수 있다. 나는 오늘도 어김없이 소셜커머스 사이트를 켠다. 더 많이 할인해줄 쿠폰을 찾아 짧은 정보여행을 떠난다. 나의 다음 데이트도 가격차별의 승자로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마무리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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