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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 아담스미스 에세이대회 우수작(신윤식)
2014-05-07 14:11:35 조회수1313

제목 : 상생경쟁과 보이지 않는 손

성명 : 경제학부 신윤식


군것질을 좋아하는 오랜 친구 한명과 함께 지난 주말 모처럼 집 근처 분식점을 갔다.
그러나 예전과 달리 깔끔하고 종류가 다양해진 메뉴와 한참을 올라버린 가격을 보면서 무심코
내뱉은 한마디가 식사 내내 주인분의 푸념을 듣게 만들어 그다지 유쾌한 자리가 되지는 못했
다. 주인분의 말인 즉, 일반 분식점은 경쟁에 익숙하고 조직적으로 대응하는 프랜차이즈 업체
를 이길 수가 없는데, 프랜차이즈의 경우엔 판매가격이 비싸도 가맹료로 수익의 상당부분을
지출해야하기 때문에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듣고 보니 어느샌가 집 주변 분식점은 전
부 어디서 한번쯤 들어본 이름들이었고, 분식은 더 이상 저렴하고 가볍게 즐길 수 없는 음식
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친구의 생각은 달랐다. 일반 분식점이 프랜차이즈의 깔끔하고 위생적
인 주방환경과 다양한 메뉴를 이기지 못하고 경쟁에 도태된 것 뿐, 결과적으로 경쟁이 소비자
에게 더 높은 효용을 안겨주므로 자연스럽게 놔둬야 한다는 것이었다. 바로 ‘보이지 않는 손’
에 맡겨야만 한다는 것이다.
최근엔 이와 같은 일은 보기 드문 광경이 아니다. 당장 각종 언론에서도 기업형 슈퍼
마켓과 편의점, 프랜차이즈의 무분별한 확장정책으로 골목상권이 위협받는 이야기가 자주 오
르내린다. 한국 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정책이 낳은 부작용으로 지적되고 있지만, 사실 대기
업 프랜차이즈가 잘못되었다고만 보기도 어렵다. 프랜차이즈 기업들의 항변처럼 향상된 서비
스와 위생관리, 지속적인 메뉴개발로 다져진 경쟁력으로 소비자에게 선택받았을 뿐, 종래의
개인 영업점은 너무 오랜기간 발전없이 머물러 있었다는 점도 틀린 이야기는 아니기 때문이
다. 이럴 때 만큼은 대기업들이 자유경쟁체제의 신봉자처럼 보이고, 이에 동조하는 몇몇 칼럼
에서도 아담 스미스를 전면에 내세우며 ‘보이지 않는 손’의 논리에 의한 자유경쟁을 옹호한다.
이런 그럴듯한 논리에 자영업자들은 울상을 짓고, 탐욕스럽게 자신들의 생계수단을 짓밟는
‘보이지 않는 손’을 탓하며 정부를 원망한다.
이쯤되면 자유경쟁이 화두가 될 때마다 단골처럼 등장하는 아담스미스 국부론의 ‘보
이지 않는 손’은 항상 강자의 편에선 탐욕의 화신처럼 보인다. 실제로 많은 학자들이 경제역
사상 최악의 재앙인 대공황의 원인을 ‘보이지 않는 손’의 맹신에 의한 시장실패로 지적하고
있고, ‘보이지 않는 손‘의 부작용 중 하나로 독점 자본주의를 지목한다. 하지만 여기서 많은
사람들이 아담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에 대해 일반적으로 놓치고 있는 사실을 언급하는게
좋겠다. 아담스미스는 경제학자이기 이전에 윤리학자로, 국부론 출간 이전엔 도덕철학서 ‘도덕
감정론’을 집필했다. ‘도덕감정론’에서 아담스미스는 타인의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공감’의
능력을 갖고있어 타인을 배려할 수 있고, 양심의 개념인 ‘공평한 관찰자’는 자기 자신에 대한
동감으로 스스로를 객관화시켜 바라볼 수 있게 해주어 도덕적 행동을 할 수 있게 한다고 보았
다. 이 공정한 관찰자에 따르는 사람을 스미스는 지혜로운 사람으로 보았고 그 반대는 연약한
사람으로 보았다. 게다가 사람은 다른 사람의 피해를 생각하며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성향
인 ‘자애’를 갖고 있기 때문에 지혜로운 사람은 최소한의 부를 넘어섰을 때 행복을 느끼지만
연약한 사람은 행복을 느끼지 못하고 무한한 부를 쫓는 탐욕스러운 사람이라고 했다. 여기에
따르면 영세업자에 대한 배려없이 무한성장을 추구하는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연약한 사람’이
되는 셈이다.
이렇게 아담스미스의 경제관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인간의 이기심에 기초하는 것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물론, 스미스가 국부론을 집필할 당시는 도덕감정론을 출간했을 당시와는
다른 사상적 견해를 가지고 있었을지 모르나, 국부론에 깃든 경제철학은 도덕감정론에서 나타
난 스미스의 윤리적 가치관에 직간접적으로 많은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간단하
게 정리하자면, 도덕감정론에 나타난 스미스의 견해에 비춰볼 때, 국부론의 이기심은 타인에
대한 배려없이 자신의 이익만을 좇는 이기심이 아닌 타인을 고려할 줄 아는 자애인 것이고,
보이지 않는 손은 양심과 배려가 모여서 만들어낸 정화장치인 셈이다. 이에 미루어 볼 때, 대
공황부터 글로벌 금융위기 등 규제없는 자유경쟁이 불러온 경제적 재앙이 닥칠때마다 스미스
의 ‘보이지 않는 손’을 탓하는 것은 인간의 양심과 도덕적 판단을 믿었던 스미스에게 너무 가
혹한 처사가 아닌가 싶다. 그 뿐 아니라, 자신들의 유리한 상황에만 아담스미스의 자유경쟁
논리를 끼워맞춰 정당함을 호소하는 프랜차이즈 기업들과 대기업들도 반드시 반성이 필요하
다. 아담스미스의 진정한 자유경쟁이란 약육강식의 타인을 짓밟는 모든 것을 독식하는 탐욕스
러운 경쟁이 아닌 타인을 존중하고 그 감정과 피해 등을 고려한 지혜로운 사람의 ‘최소한을
조금 넘어선 부’를 지향한 경쟁이기 때문이다. 남을 짓밟고 올라서는 경쟁이 익숙한 현대사회
에서, 타인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경쟁을 이야기한 아담스미스는 ‘상생’에 대한 진정한 의미를
다시한번 생각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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