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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 아담스미스 에세이대회 최우수작(이*식)
2016-07-12 13:59:54 조회수3316

 

무임승차 인 더 팀플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 `치즈 인 더 트랩`에 등장한 팀 프로젝트(이하 팀플) 무임승차 장면은 많은 대학생에게 공감을 자아냈다. 주인공 홍설은 대학 조별 과제에서 조장을 맡아 팀플을 이끌며 고군분투했다. 조장을 맡은 그녀에게 닥친 가장 큰 난관은 팀플계의 주요 분노 유발자인 ‘무임 승차자’였다. 드라마에서는 홍설을 비극의 여주인공으로 만든 ‘민폐’ 조원들이 대거 등장했다. 과제할 시간은 없어도 술 마실 시간은 있는 ‘무능력’을 자랑으로 일삼는 고학번 선배, 팀플의 시기만 다가오면 없던 병이 생기는 ‘병자형’ 동기, 뇌는 그저 거들 뿐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청순뇌’ 후배, 그리고 과제는 뒷전이고 여자 후배만 호시탐탐 노리는 ‘늑대형’ 복학생까지. 하지만 위와 같은 이야기는 드라마 속의 이야기로만 그치지 않는다. 안타까운 현실은 나 역시 드라마 속의 홍설과 같은 상황에 처한 적이 많다는 사실이다.

팀플 폐단의 주동자를 밝히는 것은 쉽지 만은 않다. 그렇기에 대다수의 팀원들이 졸업을 한 2011년 경영학원론 수업의 ‘무임승차 인 더 팀플’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당시 경영학원론 수업은 재수강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립된 강좌였으며, 약 60명의 학생이 수강을 한 것으로 기억한다. 60명의 학생을 3팀으로 나누었으며, 각 팀은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인적자원개발(HDR)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이었다. 나는 2011년 당시 2학년이었으며, 재수강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립된 강좌여서 그런지 팀에서 내가 막내 역할을 맡게 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드라마 속 홍설처럼 조별 과제의 ‘조장’만 맡지 않았을 뿐, 취업준비 때문에 이름만 올려주기를 부탁했던 경영학과 학생, 과제를 준비하는 기간 동안 졸업연주가 있었던 실용음악학과 학생, 갑자기 연락이 두절된 공과대학 학생 등 다양한 이유로 조별 과제에 참여할 수 없었던 학생들 덕분에 과제의 전 과정을 혼자서 해내야만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상황이었지만, 모든 사실을 교수님에게 말씀드릴 수는 없었다. 조별 과제의 근본적인 목적은 조원들과 협조하여 양질의 보고서를 제출하는 것에 있었으며, 조원들의 협조가 전무(全無)한 보고서는 평가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공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를 악물고 20명 분(分)의 과제를 혼자서 해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되놈이 번다는 말처럼, 나 혼자서 조별 과제를 완성하였으나 다른 조원들의 감사의 인사는 과제를 완성하는데 1%의 기여도 하지 않았던 조장이 독식하게 되었다. 억울함과 서운함의 감정이 교차하며, 이와 같은 상황에 초래된 원인이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

우선, 조원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였다. 조원들의 인적사항은 물론이고, 해당 수업에 대한 열정과 같은 정보에 대한 비대칭성으로 인해 조원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역선택(逆選擇)이 발생하게 되었다. 상대방이 해당 수업에 대한 참여도가 높지 않다는 정보를 알 수 있었다면 그 사람들과 절대로 조별 활동을 같이 진행하지 않았겠지만, 현실은 그러한 정보를 획득하는 것이 제한되므로 위와 같은 결과가 초래될 수밖에 없었다. 또한, 열성적으로 조별 활동에 임하고자 하는 나의 모습에서 심리적인 안정감을 느껴서인지, 그것이 아니라면 최소한의 점수를 획득하는 것을 목표로 해당 수업을 수강하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조원들의 도덕적 해이 현상이 대두되면서, 교수님의 의도와는 달리 조별 과제가 아닌 개별 과제의 형태로 보고서의 작성이 이루어졌다. 보고서 작성 과정을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하였다면, 이와 같은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지 않았겠지만 현실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도출하는 것이 쉽지 만은 않다.

결국,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되놈이 벌게 되었던 ‘무임승차 인 더 팀플’이 발생하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조원들을 선택하는 것과 조별 활동을 진행하는 것에 있어 학생들 간, 그리고 학생과 교수님 사이의 정보의 격차가 존재하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정보의 비대칭성이 산재하는 팀플이라는 게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어떠한 방법을 사용해야 할까? 우선은 개별 참가자의 최선 행동전략을 변화시켜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소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조별 과제를 수행하는 데 있어 참여가 저조한 학생들의 데이터베이스를 학교 인프라넷에 공유하거나, 팀플의 점수 산정 방법을 전체적인 보고서의 완성도로 평가하는 것이 아닌 각 파트별로 평가하는 방법 등이 있다. 물론, 후자의 경우 조별 활동의 근본적인 취지를 무시하는 결과가 도출될 수 있기에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할 순 없다. 그렇기에 개인에게 할당된 영역을 조사하여 우선적으로 교수님에게 제출하되, 추후에 이를 종합하여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하여 개별적인 점수와 팀 점수를 각각 도출하는 것이 해당 문제를 보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무임승차를 하지 않는 것이 바보가 될 수밖에 없는 ‘무임승차 인 더 팀플’이란 게임에서 서로의 만족이 극대화될 수 있는 파레토 최적상태가 도출되기 위해선, 게임 참가자 간에 존재하는 정보의 격차를 해소하는 것이 선제적으로 이루어져야 될 것이다. 정보의 비대칭성이 존재하는 한, 대학교의 팀플 시장은 언제나 ‘무임승차’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을 수밖에 없다. 이제 더 이상 무임승차는 그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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