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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2 자유주제 에세이대회 최우수작(박제상)
2014-11-21 13:51:59 조회수1280
아버지와 닭곰탕
2008047764 경제학부 박제상

우리 아버지는 보통 아버지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집안을 책임지기 위해 직장에 나가시고 주말에는 집에서 잠만 자는 보통 아버지들과 같았다. 그런 아버지에게 특별함을 느낄 수 있을 때가 있었다. 아버지는 요리를 잘하셨다. 그런 아버지의 요리들을 먹을 때 우리 가족은 행복했다. 온 가족이 모였을 때 아버지가 해주는 짬뽕은 특별히 맛이 있었다. 아버지의 짬뽕 덕분에 나는 지금까지 중국집 짬뽕은 맛이 없어서 먹지 않는다. 
언제나 가족들을 위한 요리를 만드시는 아버지를 보면서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맛있는 요리는 대략 재료가 80% 정도 비중을 차지한다. 아무리 좋은 요리 실력과 조미료 등이 있어도 원재료가 좋지 않으면 그 요리는 별로 맛이 없다. 아버지는 좋은 재료를 찾기 위해 항상 장을 보러 가셨다. 그리고 짬뽕을 만드는 데 손질부터 요리까지 대략 세 시간 정도 걸렸다. 말로 표현하기 힘든 않은 자식들에 대한 사랑을 요리로써 베풀어 주었다.
초등학교 3학년 때였다. 일요일 11시쯤 어머니와 여동생은 할머니 댁에 가고 아버지와 둘이 있었다. 늦은 아침을 먹으려고 나는 아버지가 끓여 놓은 닭곰탕을 먹으려 했다. 간을 하지 않는 닭곰탕을 그릇에 담아 간을 하려고 나는 소금을 넣으려고 하였다. 그런데 실수로 소금 통 뚜껑이 열려 많이 소금이 들어가 버렸다. 어린 내가 당황하자 아버지는 내 손에 있던 그릇을 가지고 커다란 닭곰탕 냄비에 부었다. 하지만 너무 많은 소금에 닭곰탕은 결국 먹을 수 없게 되었다. 평소 너무 산만하여 어머니한테 자주 혼나는 어린 나는 겁에 질려있었다. 그러나 아버지는 아무 말 없이 어머니가 오시기 전까지 닭곰탕을 다시 끓이셨다. 20대 중반까지 이 사건은 그저 평범한 기억이다. 그러다 아버지와 닭곰탕에 의미를 두게 되는 사건이 생겼다. 
군복무를 마치고 복학한 2012년. 성공적인 1학기를 마무리한 나는 엄청난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하여 2학기는 새로운 경험과 정렬적인 대학 활동을 하려고 많은 일을 벌려놓았다. 교양 수업인 대학 합창에서 남자 대표를 하였고, 동아리에선 극본과 배우를 하기 위해 준비 했고, 인맥을 쌓기 위해 팀플이 있는 수업만 골라서 수강 신청을 하였다. 그리고 이 모든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용돈이 부족하였다. 그래서 대학교 앞 고깃집에서 저녁 주 3일 아르바이트를 시작하였고 주말에는 봉사활동을 하러 다녔다. 
학기 초에는 할 수 있을 거란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지만 중간고사가 지나자 나는 지치기 시작했다. 대학 합창의 경우는 잡무가 많이 있었고 동아리 연극을 위해 쓰는 극본의 압박과 연극 연습에 들어가는 시간이 많이 필요했다. 팀플은 생각보다 어려웠고 평일에 하는 아르바이트는 여러 모임을 방해하는 존재가 되었다. 그리고 주말에는 쉬지도 못하고 봉사활동을 하려고 복지관에 아침 일찍 나갔다. 나는 서서히 지쳐갔다.
중간고사가 끝나고 나는 아르바이트를 그만두었다. 그리고 아침 수업이 없는 날이면 저녁에 친구들과 술자리를 가지는 시간이 많아졌다. 학교에 2시까지 가야하는데 전날 과음한 탓에 1시에 일어났다. 집에서 학교까지 거리는 걸어서 30분. 점심 먹을 시간은 없었다. 당시 일을 쉬고 계시던 아버지께서 닭곰탕을 먹고 가라고 하셨다. 나는 짜증을 내며 “닭고기를 발라먹을 시간은 없으니 안 먹을 거야.” 하고 씻으러 화장실에 들어갔다. 급하게 씻고 나왔는데 식탁에 살코기가 많이 있는 닭곰탕이 있었다. 일단 배는 고프니 아버지의 말에 따르기로 하고 허겁지겁 닭곰탕을 비웠다. 그리고 다 먹은 빈 그릇을 싱크대에 넣으러 주방에 갔다. 그런데 싱크대 밑에 닭의 뼈가 수북이 쌓여있었다. 아버지는 바빠 보이는 아들을 위해 먹기 편하게 살코기를 발라 놓으셨다. 망치로 머리를 맞은 기분이었다. 전날의 남아있던 숙취는 사라지고 정신이 팍 들었다. 내가 여태까지 알고 있었던 아버지의 느낌과 존재 바뀌었다. 이전까지만 해도 아버지의 특별한 사랑을 느끼지 못 했다. 그러나 이 사건 이후로 내 인생에서 아버지란 존재가 진정으로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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