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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 아담스미스 에세이대회 우수작(민소연)
2014-05-07 14:11:53 조회수1192

제목 : 시작 된 게임, 그리고 소비자의 즐거움


성명 : 경제학부 민소연



2013년 3월, 새로운 학기가 시작 되었다. 매일 12시가 되면 점심식사를 하려는 학

생들이 학교 밖으로 쏟아져 나온다. 학교 앞 식당의 물가는 이미 3,4천원으로는 제

대로 된 밥 한 끼 먹기 힘들만큼 올라있다. 나를 비롯한 주머니가 가벼운 학생들은

무엇을 먹어야 할 지 매일 고민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학생식당과 편의점으로 발걸

음을 옮기곤 한다. 이 때, 학교 앞 중국집 ‘우당탕’ 앞에 걸린 현수막이 나의 눈길을

끈다. “짜장면 천원.” 처음에는 단 3일간 시행하는 특별할인행사였다. 건물 2층에 위

치한 우당탕의 대기 줄이 건물 밖까지 이어졌다. 이제는 커피 한 잔 살 수 없는 천

원이라는 돈으로 한 끼 식사를 해결하려는 학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행사기

간동안 평소보다 이윤을 많이 얻었는지, 우당탕은 특별할인행사를 상시할인행사로

바꾼다.

우당탕에서 10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는 우당탕의 라이벌 중국집 ‘짜장클럽’이

위치해 있다. 우당탕이 짜장면 한 그릇에 천원이라는 획기적인 가격행사를 시작한

이후, 모두가 쉽게 예상할 수 있듯이 짜장클럽의 손님 수는 눈에 띄게 줄었다. 소비

자는 언제나 최대한 효율적으로 자신이 가진 돈을 사용하고자 한다. 그래서 가격대

비 상품의 질을 따지며 가장 합리적인 소비를 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 결과, 많은

소비자들은 짜장클럽의 짜장면을 선택할 이유를 찾지 못했을 것이다. 짜장클럽의

짜장면 가격은 우당탕 짜장면의 4배였지만, 맛의 차이는 그리 크지 않다고 판단했

을 것이다. 이 상태로 있을 수 없었던 짜장클럽은 짜장면 주문 시 탕수육 공짜 행

사를 시작하고, 우당탕은 미니탕수육 주문 시 무료로 주던 짜장면 한 그릇을 두 그

릇으로 바꾸게 된다. 두 중국집의 가격경쟁이 시작되면서 즐거움을 얻는 것은 학생

들이었다.

우리는 종종 상식적으로 이해 할 수는 없지만, 우리의 이익을 증대시켜주는 가격

경쟁을 마주하게 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치열했던 이동통신사의 보조금 경쟁이

그렇다.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지출하면서 고객을 유치하려는 이동통신사덕에 소비

자들은 조금 더 합리적인 가격으로 휴대전화를 구입할 수 있었다. 가격경쟁이 지속

되고 이동통신사의 보조금 지출이 늘어난다면 소비자의 잉여는 점점 커질 것이다.

반면에 이동통신사 이윤은 점점 줄어들고, 심한 경우 손실을 보게 될 수도 있다. 다

행히도 이동통신사의 가격경쟁은 정부의 규제로 끝나게 된다. 기업은 각 기업이 가

격 경쟁을 계속 하다보면 경쟁에서 지는 생산자는 시장에서 사라지게 되고, 경쟁에

서 살아남는 생산자 역시 너무 큰 손실을 입을 것이라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정부의 규제가 없었어도 기업이 생각하게 되는 적절한 시점에 각 기업은 경

쟁을 그만두고 상생하는 방법을 찾을 것이다.

우당탕과 짜장클럽 역시 그렇다. 생계를 위해 영업을 지속해야하는 두 중국집 사

장님들은 분명히 알고 있었을 것이다. 단 한 번의 게임으로 경쟁은 끝나지 않을 것

이다. 반복되는 게임 속에서 보복은 더 큰 보복을 부를 것이다. 또한 그 것이 계속

해서 반복되면 어느 하나는 결국 사라져야 한다. 우당탕의 가격할인행사에 대한 짜

장클럽의 보복, 그리고 짜장클럽의 보복에 대한 우당탕의 보복. 결국 짜장클럽이 여

름한정메뉴를 소액 할인하는 것으로 치열했던 가격경쟁은 소강상태에 이르렀다. 어

쩌면 이대로라면 같이 죽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한 짜장클럽이 결단을 내린 것

일지도 모른다.

과점 상태에 있는 생산자가 가격경쟁에 돌입하게 될 경우 소비자의 잉여는 증가

한다. 우당탕과 짜장클럽의 경쟁 속에서 학생들은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끊임없이

보복을 할 수는 없는 상황에 경쟁은 약화되었지만, 그 여파로 인해 여전히 학생들

은 가격경쟁 이전보다 훨씬 합리적인 가격으로 짜장면을 즐기고 있다. 나 역시 지

금도 천원 짜장면의 즐거움을 누리고 있다. 소비자는 완전한 경쟁이 이루어지기를

원한다. 수없이 많은 생산자가 존재한다면 사회적으로 적정한 가격으로 적정한 양

이 생산될 것이다. 그리고 소비자의 잉여는 최대가 된다. 하지만 ‘과점’이라는 시장

형태가 만연한 현실에서, 우당탕과 짜장클럽의 경쟁은 소비자에게 소소한 즐거움으

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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