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실

2016-1 아담스미스 에세이대회 우수작(김*봉)
2016-07-12 14:07:10 조회수3186

엄마와 누나, 나 그리고 고양이

 

커다랗고 귀여운 눈망울을 가진 귀여운 길 고양이가 오늘날 우리 사회의 새로운 갈등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쥐 피해가 심각했던 1960년대~1970년대 이후 많은 수의 고양이가 방사되고 사람들이 키우던 고양이도 이런 저런 이유로 유기하면서 길 고양이들의 개체수가 늘어났다. 서울시 등 도심에 길 고양이는 20만 마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길 고양이가 도시 생태계의 일부가 되었다.

내가 사는 집은 비봉면 이라는 시골 동네에 위치하고 있다. 얼마 전부터 우리 집 주변에 길고양이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이유를 알아보니 누나와 엄마가 길 고양이들이 배고플 것 같아서 백화점에서 닭고기 넣어 만들 고양이 사료를 구입, 길 고양이들에게 집 앞에서 밥을 주기 시작한 것이다.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는 나도 처음엔 몇 마리 되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 되지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현재 우리 집 주변을 서성거리는 길 고양이가 10마리가 넘어가는 지금은 다르다.

엄마와 누나가 길 고양이들에게 밥을 주는 행위로 인해 우리 가족에게 긍정적 외부효과와 부정적 외부효과가 발생하였다. 외부효과(external effect)란 어떤 경제 활동과 관련해 당사자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의도하지 않은 혜택(편익)이나 손해(비용)를 발생시키는 것을 말한다.

길 고양이로 인한 긍정적 외부효과는 쥐 피해가 줄었다는 것이다. 우리 집에는 쌀, 김치, 된장 등을 보관하고 있는 작은 창고가 있다. 오래 된 창고였기 때문에 창고엔 언제나 쥐들이 돌아다녔고 쥐덫, 쥐약 등에 방법을 써보았지만 효과가 없었다. 밤만 되면 쥐들이 집 천장에서 뛰어다니는 소리 때문에 잠에 들기 힘들었다. 주방에 쥐가 나타나는 날에는 우리 집은 비명소리로 가득 찼다. 하지만 우리 집 주위에 길 고양이들이 늘어나면서 쥐들이 사라졌다. 길 고양이들 덕분에 나에게 큰 편익이 발생한 것 이다.

하지만 길 고양이로 인해 긍정적 외부효과만이 아니라 부정적 외부효과도 발생한다. 길 고양이 때문에 나는 정말 죽을 맛 이다. 내 방은 집 가장 앞쪽에 위치해 있다. 매일 밤 고양이들이 서로 싸우는 소리 때문에 잠을 잘 수가 없다. 발정기에는 싸우는 소리가 너무 커서 새벽에 집 밖으로 나가 고양이들을 쫓아버려야 겨우 잠을 잘 수 있다. 또한 우리 집 앞에 쓰레기봉투를 버려 놓으면 고양이들이 전부 찢고 뜯어 놓는데 그때 마다 널브러져 있는 쓰레기를 다시 새로운 쓰레기 봉투에 담아 넣는 것은 나와 아빠에 몫이다. 하루에 세번이나 뜯겨져 있는 쓰레기를 주워 담는 날에는 내 앞에 있는 고양이들을 모두 집어 던지고 싶을 정도이다.

얼마 전 ‘캣맘’이라는 단어를 처음 접하게 되었다. ‘캣맘’ 이란 길 고양이들에게 먹을 것을 주기적으로 사람을 뜻하는 말이다. 최근 캣맘들과 같은 동네 주민들 간에 마찰이 심해지고 있는데 그 이유는 길 고양이들에게 먹을 것을 제공하는 행위로 인해 발생하는 외부효과 때문이다. 캣맘들이 길 고양이들에게 주기적으로 먹을 것을 제공하면 번식력이 좋은 길 고양이들의 숫자가 눈 깜짝할 사이에 늘어나게 된다. 길 고양이들은 음식물 수집 장소에 몇 마리씩 모여서 모아둔 쓰레기 종량제 봉투를 파헤쳐 아수라장을 만들어 악취를 발생시키고 차도나 주택가에 주차된 차 밑에 숨어있다가 갑자기 튀어나와 운전자들에게 교통사고를 유발시키는 등 부정적 외부효과를 발생시킨다. 

사적균형생산점은 PMB=PMC이고, 사회적 균형생산점은 SMB=SMC 이다. 고양이들에게 밥을 주는 행위로써 얻는 편익은 사회적으로 캣맘들이 얻는 편익 밖에 없기 때문에 PMB = SMB가 된다. 하지만 길 고양이들로 인해 사회적으로 종량제 봉투 훼손, 교통사고 유발 등 MD(한계피해)가 발생하므로 SMC = PMC + MD가 된다. 캣맘들이 고양이들에게 밥을 주는 행위는 SMC = SMB에서 발생해야 하지만 캣맘들은 사회적으로 발생하는 피해인 MD를 고려하지 않고 밥을 주기때문에 비용을 과소평가 하게 된다. 결국 사회적 균형생산점인 SMC = SMB가 아닌 PMC = SMB 에서 고양이 에게 밥을 주는 행위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SMB SMC 에서 행위가 발생하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비효율적이게 된다. 

캣맘들은 길 고양이에게 밥을 줌으로써 길 고양이의 숫자를 늘어나게 하고 그로 인한 부정적 외부효과의 크기를 키운다. 늘어나는 길 고양이 때문에 피해를 받는 사람들이 발생하지만 그 누구도 이런 피해에 대해 책임을 지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캣맘들이 고양이들에게 밥을 주는 행위가 사회적으로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누나가 고양이들 때문에 힘든 나에게 한번이라도 치킨으로 보상해 주었다면 나는 지금 고양이를 주제로 에세이를 쓰지않았을 것이다. 

    QUICK MENU SERVICE
     
    사이트맵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