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 상담실의 기적
언제부터인가 혼자 있는 시간을 갖는 것이 좋아졌다. 혼자 있다 보면 외로움을 느낄 것이라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나에 대한 생각도 많이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내 취미 생활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난다.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한 후로 생긴 내 취미로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독서이다. 조용한 도서관이나 집에 앉아 많은 책들 사이에서 독서를 하는 것은 나에게 큰 즐거움을 준다. 책 속의 세상에 온전히 집중을 하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잡생각들이 사라지게 된다. 남들이 직접 느끼고 체험하는 것을 나는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 겪는다. 많은 세계와 많은 일들을 글을 통해 접하면서 나의 상상력은 무한히 증가했고 더불어 내 꿈도 많아졌다. 혼자 있는 시간은 나에게 독서라는 취미를 주었고 또한 독서의 장점을 잘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그렇게 나는 시간이 나면 책을 자주 읽었다.
그런데 최근 나는 한 권의 책을 읽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 책의 제목은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다. 이 책은 작년에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해서 많은 사람들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작가이다.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작가가 이 작품을 썼는데 나는 그를 정말 좋아한다. 가장 좋아하는 책의 장르가 추리소설인 나는 추리소설의 대가라고 불리는 그의 작품들을 대체로 재미있게 읽었다. 그런데 그가 때때로 추리소설과는 약간 거리가 있는 글을 쓰기도 하는데 이 작품이 그런 경우이다. 책의 표지를 보면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기묘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가슴 훈훈한 이야기!’ 라고 되어있다. 이 한마디가 이 책을 가장 잘 표현한 것 같다. 간략하게 이 책을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시간이 멈추고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나미야 잡화점에서 서로 다른 시간에 사는 사람들의 고민을 상담해 주는 기적이 일어난다. 과거의 많은 이들이 나미야 잡화점에 고민을 남기면 세 명의 인물이 답변을 해주는 이야기로 이루어져있다. 이 세 명의 인물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상담자들과는 조금 다르다. 지식이 풍부한 사람들이 아닌 가진 것 없이 밑바닥 인생을 사는 도둑들이 상담을 해준다. 이들의 솔직하고 엉뚱한 조언이 고민을 가진 많은 이들의 삶에 큰 영향을 주고 멋진 기적을 만들어 낸다.
고민이 깊어지는 시기에 읽은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나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이 때 나는 대학생활을 한 지 3학기가 끝났을 때였다. 많은 내 또래가 그렇듯 고민이 많아지는 시기였다. 과연 내가 잘 하고 있는 것인지, 내가 하고 있는 이 공부가 나와 맞는 것인지 그리고 미래에 나는 무엇을 하고 있을지. 이런 생각들이 끊임없이 이어졌었다. 전공 공부를 하는 것은 즐거웠는데 진로를 아직 확실하게 정하지 못하였고 취업이나 미래를 떠올릴 때면 너무 막막했었다. 또 개인적인 감정으로도 고민이 많았다. 혼자 있는 시간들을 즐기다 보니 교우관계도 서먹해지고 남들과 관계 맺는 것이 힘들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고 주변을 둘러보니 이런 고민을 털어놓고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나에겐 없었다. 그래서 나에게도 나미야 잡화점이 필요했다.
누군가가 나에게 요즘 고민이 무엇이냐고 물어볼 때마다 ‘없어’ 또는 ‘그냥’이라고 넘어간 적이 많았다. 그렇게 혼자서 고민을 할 때마다 내 마음속에는 많은 생각들이 쌓여가게 되었다. 이 책 속에 등장하는 나미야 잡화점처럼 내가 밤새 써서 보낸 고민 편지를 고민 상담자가 읽고 내 고민을 가만히 들어주기만 해도 나는 그에게 너무 고마울 것 같다.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내 이야기에 진지하게 귀를 기울여주고 내 고민에 깊이 공감해 줄 수 있는 사람이 그리웠음을 이 책을 읽고 느꼈다. 무수히 많은 고민들이 쌓여있는 인생의 지도 안에서 흔들리고 있는 나에게 훌륭하진 않더라도 마음이 담긴 따뜻한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서 끙끙 앓는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누군가의 조언이나 경험을 듣는 것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먼저 다른 사람의 나미야 잡화점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타인의 고민을 잘 들어주고 그들에게 좋은 방향을 안내해주는 그런 사람이고 싶다.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했던 나지만 이 책을 계기로 조금 달라져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람에게는 사람이 필요한 것 같다. 서로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인간관계를 맺어야겠다는 것을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나의 인생에서도 하나의 기적이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