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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2 자유주제 에세이대회 우수작(이현우)
2014-05-07 14:19:47 조회수1126

제목 : 그림을 통한 변화의 시작

성명 : 경제학부 이현우


수원시 권선구 서호초등학교 주변 ‘앙카라길’은 그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앙카라의 느낌
이 전혀 들지 않는 곳이었다. 대로에서 초등학교까지 이어진 주택단지 주변 담은 오래되어
칠이 벗겨지고 광고 전단지가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주택단지의 끝에는 초등학교와 공원이
자리 잡고 있었지만 일반적인 동네처럼 아이들이 웃고 뛰어노는 모습보다는 나이 지긋하신
동네 어르신들이 주로 시간을 보내는 장소였다.
이처럼 이름만 `앙카라길`로 불리고 있는 곳을 SK 자원봉사단 ‘Sunny`에서 변화를 주기로
계획하였다. 처음 계획을 세울 때는 상당히 무모해보였다. 이미 사람들의 왕래가 많이 줄고
학생들도 지나치기를 꺼려하는 그곳이 다시 활기를 찾는 것은 쉽지 않다고 생각했다. 하지
만 ’Sunny`에서는 이미 비슷한 사례에서 성공을 한 적이 있었다. 쓰레기 상습 투기지역 때
문에 고민하던 곳에 각종 꽃 그림을 그려 넣어 그 장소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변화 시킨
것이다. 항상 쓰레기가 넘치던 그 장소에 그림 하나를 그려 넣었을 뿐인데 그것을 통해 사
람들의 생각은 물론 행동까지 변화시키는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이번 계획도 전과 같은 목
표를 기반으로 하여 지역사회에 변화를 줄 수 있기를 희망했다.
6명의 디자인 전공 학생과 미술과는 전혀 연관성이 없는 15명의 학생이 모여 총 21명의
대학생이 이번 봉사활동에 참가하였다. 솔직한 심정으로 처음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할 때,
이 봉사활동이 제대로 진행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컸다. 미술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도 어려워하는 벽화 그리기를 붓을 잡아본지도 꽤 오래되었고, 페인트칠 한번 제대로
해보지 못한 대학생들이 과연 무사히 해낼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었다. 이런 걱정을 안고
첫 번째 활동을 시작하였다. 예상한대로 첫 활동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익숙하지 않
은 작업으로 인해 학생들은 금방 피로를 느꼈다. 또한 우리가 하는 일에 많은 관심을 보일
것 같았던 주민들의 반응도 의외로 덤덤했다. 왜 굳이 시간과 돈을 투자해서 벽화를 그리는
지 의문을 갖는 듯한 분위기였다. 설상가상으로 작업이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비까지 쏟아
져 제대로 된 마무리조차 하지 못하고 애매한 상태에서 작업을 마칠 수밖에 없었다. 허무하
게 끝난 첫 번째 작업으로 학생들의 실망감도 컸다. 작업 도중 내린 비로 인해 아직 마르지
않은 페인트가 녹아 흘러 하루 동안 한 작업이 물거품이 되었고 다음 작업 때 모두 새로 해
야 하는 상황이 되었기 때문이다. 다섯 번의 일정이 계획되어 있는데 하루 일정이 날아가
버린 것이다. 2주간의 휴식 후 두 번째 활동을 진행하였다. 이전 상황이 신경 쓰였는지 학
생들의 표정도 밝지만은 않았다. 첫 활동 때와는 다르게 초여름 날씨로 서서히 기온이 올라
가고 있었다. 더위로 인해 어렵사리 오전 작업을 끝내고 오후 작업을 시작하려 할 때였다.
더위와 피곤함에 힘들어하던 학생들에게 주민 한분께서 더운 날씨에 고생 많다고 하시면서
아이스크림을 사주셨다. 이것이 지역 주민들의 변화의 시작이었다. 단순한 아이스크림 하나
였지만 더운 날씨에 활동하던 학생들에게는 가뭄에 단비 같은 것이었다. 우리는 그분께 감
사해하며 더욱 열심히 활동할 수 있었다. 첫 활동과는 다르게 두 번째 작업은 기분 좋게 마
무리 지었다. 다음 두 번의 작업은 주말 이틀에 걸쳐서 이루어졌다. 시험 전에 잡혀있던 일
정과 더욱 더워진 날씨로 인해 힘든 활동이 될 것이라 생각되어 시작하기 전부터 많이 지쳐
있었다. 하지만 세 번째 활동부터는 주민들의 학생들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작지만 하나 둘 그림이 완성되어 가면서 아이들이 그림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아이들이
부모님의 손을 잡고 구경하러 온 것이다. 아이들이 먼저 관심을 가지고 함께 참여해보고 싶
어 하자 우리도 그것에 고마움을 느껴 아이들에게 간단한 그림에 색칠할 수 있는 기회를 주
었다. 처음 활동을 했을 때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또 주변에 많은 주민들도 활동
하고 있는 곳에 찾아와 미리 완성시켜 놓은 `포토 존‘에서 사진을 찍으며 벽화가 생기는 것
에 즐거움을 느끼고 있었다. 그로 인해 우리는 그간의 피로도 잊은 채 더욱 힘을 내어 활동
을 할 수 있었다. 마지막 다섯 번째 활동을 할 때는 더 많은 분들이 찾아와 함께 참여하기
를 원했고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또 와달라는 말씀도 해주셨다. 하지만 어떠한 것보다 기뻤
던 것은 벽화를 그린 곳에서 아이들이 뛰어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항상 어르신들만 계시
던 장소에 아이들이 와서 즐기는 모습을 보니 이번 활동에 참여하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
다.
활동이 끝나고 시간이 지나 다시 찾은 그곳은 내가 처음 본 ‘앙카라길’이 맞는지 의심스
러울 정도로 분위기가 달랐다. 당장이라도 무너질 듯했던 담벼락이 형형색색 그림들로 채워
져 있었고 주민들의 밝은 얼굴과 아이들이 활기차게 뛰어노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또한
수원시에서도 앙카라공원 조성사업을 통해 ‘앙카라길’에 다시 의미를 부여해주었다.
쓰레기장에 그렸던 그림, 웃음이 없던 곳에 그린 웃음을 주는 그림을 통해 사람들은 움직
였다.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은 상당히 힘들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
을 움직이는 것은 생각만큼 어려운 것은 아니다. 위 사례처럼 정말 아무렇지 않아 보이는
그림 하나가 여러 사람을 변화시키고 지역사회의 분위기도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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